제110화
“무슨 일이죠?”
박윤성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깔려 있었다.
집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윤정 씨 일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두 사람이 몸싸움하다가 고윤정 씨가 민서 씨 얼굴을 심하게 할퀴어서 이마를 꿰맸잖아요. 오늘 실밥을 풀었는데 의사가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고 해서... 민서 씨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거울로 상처를 보자마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알았어요.”
박윤성은 딱 잘라 대답하더니 내 쪽을 돌아봤다.
“혼자 먹을 수 있어?”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가 든 그릇을 빼앗았다.
“원래부터 내 손으로 먹을 수 있었어. 이제 가봐.”
나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죽을 떠먹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윤성은 방을 나가려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숙이고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끝으로 그의 낮고 억눌린 듯한 한숨이 들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방 안에 나 혼자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와인 저장고에서 몇 병의 좋은 술을 골랐다.
고인우에게 사과하러 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좋아하는 술 몇 병쯤 챙겨가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윤성은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저택을 나서는데 아무도 막지 않았다.
현관 앞에는 주성현이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마자 그는 서둘러 차 문을 열어주었다.
“사모님, 어디로 모실까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박윤성이 보냈어요?”
“맞습니다.”
주성현은 고개를 숙였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으니 부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별말 없이 차에 올랐다.
“마이홈으로 가요.”
내 말에 주성현의 표정이 굳더니 그는 무의식적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마이홈이 고인우의 구역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주성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대표님의 허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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