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박윤성은 별다른 반박 없이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살고 싶어?”
“서쪽에 작은 원룸 하나면 돼.”
나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크지 않아도 돼. 원룸이면 충분해.”
박윤성은 즉답하지 않았다. 다만 차분한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원룸은 둘이 살기엔 너무 좁아. 넓은 아파트로 준비하라고 할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애초에 원룸을 원한 건 그와 떨어져 지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넓은 아파트라니, 그건 사실상 그가 나와 같이 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말없이 있자 박윤성은 손을 뻗어 내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집 준비할 테니까 정리되면 내일 바로 이사 가자.”
“괜찮아...”
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떨궜다.
“그냥 여기서 지낼게. 대신 조민서만 내 앞에 얼씬거리지 않게 해줘.”
사실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고 해봐야 같이 있는 내내 서로를 신경질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게 뻔했다.
차라리 이 큰 저택에 머무르는 편이 낫다. 이곳은 공간이 워낙 넓어 마음만 먹으면 마주치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
조민서만 내 앞에 들이밀지 않는다면 차라리 여기서 지내는 게 백 번 편했다.
나는 결국 스스로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박윤성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럼 이 집에서 지내. 마음 준비가 되면 다시 회사로 돌아와.”
박윤성은 마치 내가 당연히 만현 그룹으로 돌아가 그의 비서로 복귀할 거라 믿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 말에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잠시 후,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내일은 나 혼자 나갈 수 있어?”
박윤성은 잠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긴 침묵이 흘렀다. 그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침묵이 내가 내일 나가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임을 알았다. 한동안 뜸을 들인 끝에 나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고윤정 쪽은...”
“이미 정리했어.”
박윤성은 표정을 거두며 담담히 말했다.
“두 집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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