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정신이 맑은 순간은 처음이었다.
“사람들 말이 맞아. 난 존엄성도 없고 자존심도 없이 너한테 매달렸어. 항상 네 뒤만 따라다니고 내 생각 따윈 하나도 없이 오로지 너만 쫓아다녔어. 머릿속은 텅 비어 있고...”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사람 누가 안 싫어하겠어? 나도 내가 싫어. 그러니까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이해해. 그러니까, 박윤성. 나랑 이혼하는 걸로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애초에 사랑엔 공정함 같은 건 없고 요즘 세상에 마음 맞지 않으면 이혼하는 거 당연한 일이잖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성의 손이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뼈가 부서질 것 같은 압박이었다.
박윤성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내가 경고했을 텐데. 이혼이라는 단어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와는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무력감만 더해졌다.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말해도 그는 내가 그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로만 여겼다.
그에게 내 마음은 한 번도 진심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려면 정말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는 걸까?
나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서로 상처를 입고서야 끝낼 수 있다면 그 방법이라도 써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는 더는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없었다.
나는 그의 그림자처럼 주체성도 없이 매달리기만 하는 꼭두각시로 남고 싶지 않았다.
나를 괴롭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답답함 속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는 그저 내가 떼쓰는 걸로만 여겼다.
나는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다.
박윤성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는 차가운 정적만이 흘렀다.
그는 매일 내 상태를 보려고 의사를 불렀지만 외출 얘기만큼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일부러 몸을 망치려 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갇힌 삶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무지 낙관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사흘째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나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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