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나와 박지한은 이날 오후 오로지 서로만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도 대충 눈치를 챈 건지 누구 한 명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박지한의 위에 늘어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박지한은 그런 나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체향을 들이마셨다.
“곧 온시연 사건의 판결이 내려질 거야.”
나는 눈을 번쩍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벌써요?”
“응, 특수한 케이스라 빨리 처리하기로 했나 봐. 아마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8년에서 10년 정도의 형이 내려질 거야. 하지만 형이 내려지고 나서 바로 감옥에 가는 건 아니고 아마 당분간은 마약 중독 치료 센터에 다니게 될 거야.”
왜인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박지한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이게 맞는 결말이야. 그리고 온시연이 그렇게 된 데에 네 잘못은 없어.”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알아요. 아는데 그래도 자매라 그런지 영 기쁘지는 않네요.”
박지한은 내 볼을 매만지며 다시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온시연이 희망이를 납치했던 때를 생각해. 온시연이 너를 아주 조금이라도 동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 아니야?”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먼저 박지한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다음날.
나는 온시연을 만나러 마약 중독 치료 센터로 찾아왔다.
온시연이 구치소에서 몇 번이고 발작을 일으킨 바람에 그녀는 오늘 아침 이곳으로 이송되었다.
센터는 생각보다 더 낡고 후졌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있는 온시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온시연.”
온시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내 쪽을 향해 덮치듯 다가왔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닿기도 전에 갑자기 혼자 넘어져 버렸다.
나는 힘겹게 기어오려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후회해?”
온시연은 잔뜩 쉰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
“나한테 그딴 짓을 한 걸 후회한다고 하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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