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박지한은 빨개진 내 코를 건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자꾸 그렇게 보면 참을 자신이 없어지는데.”
나는 그를 째려보며 아프지 않게 가슴팍을 때렸다.
“어떻게 감동이 3초를 못 가요?”
말을 마친 후 나는 박지한의 품에 나와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
박지한이 다급한 얼굴로 물었다.
“4시간 지났어요.”
박지한의 상처는 4시간에 한번씩 꼭 약을 덧발라줘야 했다.
잠시 후, 간호사와 함께 다시 병실로 돌아와 보니 박지한이 휴대폰을 들고 뭔가를 빠르게 타자하는 것이 보였다.
“회사 일이에요?”
‘아무리 급한 일이어도 그렇지 뻔히 입원해 있는 걸 알면서.’
나는 당연히 회사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지한은 마지막 점까지 찍더니 휴대폰을 아래로 내렸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거.”
나는 박지한의 상의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뭔데요?”
박지한은 다정한 얼굴로 웃더니 이내 내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나는 화면 안의 내용을 가만히 읽고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상처를 세게 두드렸다.
“씁.”
박지한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렀다. 나는 그 소리에 그제야 손을 거두어들이며 빠르게 상처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벌어진 건 아닌 듯했다.
“남편을 죽일 셈이야?”
“그, 그러게 누가 그런 걸 올리래요?”
나는 간호사를 도와 약을 발라주며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박지한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감동해야 할 타이밍 아닌가?”
나는 새침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박지한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감동을... 받기는 했죠.”
박지한이 보여준 건 장문의 글이었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고등학교에 다니던 당시 서로를 짝사랑했던 것까지 전부 다 써 내려갔다.
[첫눈에 반한 건지 아니면 함께 있다 보니 감정이 싹튼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나연이의 결혼은 제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얻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