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그때 희망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망이는 작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손가락 틈으로 병실 안을 빤히 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듯한 아이의 눈동자에 나는 괜스레 민망해져 마른기침을 한번 하고는 손을 저었다.
“희망아, 이리 와.”
아이는 내 말에 바로 안으로 들어와 내 다리 위에 앉았다.
희망이의 뒤로 들어온 한미애는 병상 위에 있는 박지한을 보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박지한은 그런 그녀를 발견하고는 일부러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며 안심시켰다.
“그대로 눈물을 흘리시게 되면 희망이가 놀려댈 거예요. 할머니가 운다고.”
한미애는 그 말에 피식 웃더니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희망이가 너인 줄 알아? 너는 어떻게 된 게 허구한 날 엄마를 걱정시키기만 하니?”
박지한도 이번만큼은 무모했다는 걸 인정하는지 순순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다음에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당연히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지!”
한미애는 아들이 괘씸해 한 대 때리려는 듯 손을 올렸다. 그러자 박지한은 그런 그녀의 손을 피해 서둘러 내 뒤에 숨으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희망이도 있고 나연이도 있는데 때리는 건 참아주세요. 저도 가장이잖아요.”
불쌍한 척하는 연기가 먹힌 건지 한미애는 천천히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대신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물었다.
“많이 아프니?”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하나도 안 아파요. 애초에 심각한 것도 아니었어요.”
“이게 어떻게 심각한 게 아니야? 그럼 지한이처럼 병상에 누워야 심각한 거니? 지한이도 지한이지만 너도 참 너다. 에휴, 이번에는 너희 셋 다 고생했으니까 곰탕이라도 끓여서 가져다줄게. 몸보신 좀 해.”
한미애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지한은 지금 환자라 병상에 누워있어야 하기에 병원 로비까지는 내가 배웅해드렸다.
한미애는 병원을 나가기 전, 내 손을 다시금 잡으며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물었다. 그녀가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괜히 쑥스러워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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