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기영은 말끝을 흐리지 않고 쏟아냈다. “진짜 괜찮은 전남편이면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살아야죠.” 그가 일부러 웃기려는 걸 아는 나였지만 지금은 정말 웃을 수 없었다. 나는 조용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내가 잠든 줄 알았는지, 송기영은 차의 속도를 늦추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차는 조용히 흔들리며 달렸고 나는 그 속에서 정말로 잠이 들었다.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눈꺼풀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힘을 줘도 쉽게 떠지지 않았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나는 어느새 박지한과 결혼하던 날로 돌아가 있었다. 하얀 수트를 입은 박지한이 무릎을 꿇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그 순간 그가 부른 이름은 ‘온시연’이었다. “안 돼. 난 당신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일방적으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하객들은 박수치고 환호했고 박지한은 환하게 웃었다. 아무도 나의 절규를 듣지 못했다. 그때, 시원한 손길이 이마에 닿았다. 무거운 눈꺼풀이 스르륵 가벼워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익숙한 얼굴, 송기영이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왜... 안 자고 내 방에 있어요?” 말을 하자마자 목이 바싹 타들어 가는 걸 느꼈고 기침이 몇 번 터져 나왔다. 송기영은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열이 있어요. 내가 당신 우는 소리를 못 들었으면 내일쯤 뇌까지 타고 갔을지도 몰라요.” 그제야 나도 알아차렸다. 피부는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고 이마와 목, 몸 전체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헐렁한 잠옷은 축축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내리고 이불을 끌어올려 가슴을 가렸다. 그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며 귀를 긁적였다. “옷 갈아입어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말을 끝낸 그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몸살 기운에 온몸이 쑤셨고 정신없는 상태로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