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어쩔 수 없이 나는 손을 뻗어 새우를 까려던 찰나, 뼈마디가 또렷한 한 쌍의 손이 조용히 내 손등을 덮었다.
그 순간, 식탁이 조용히 돌아갔고 송기영 앞에 새로 놓인 접시엔 잘 정리된 새우살 몇 점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박지한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정성껏 깠어요. 드셔보시죠.”
나는 황급히 그 접시를 송기영 앞으로 밀며 거들었다.
“지한 씨가 새우 까는 거 잘해요. 껍질 하나 안 남기고 완벽하게 까거든요. 한번 드셔보세요.”
송기영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이 살짝 떨리더니, 말없이 새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씹는 표정이 꼭 새우가 아니라 박지한을 씹는 것 같았다.
식사가 한창일 때, 송기영이 입을 열었다.
“프로젝트 거의 끝났다면서요? 이제 얼마나 더 걸려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디자인은 다 끝났고 내일 쥴리가 호연그룹에 결과 보고할 예정이에요. 제 몫은 끝났죠.”
그 말을 들은 송기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되겠네요? 비행기 알아볼게요.”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항공편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본 박지한의 표정이 잠시 굳더니 조용히 말했다.
“며칠 전에 내가 쥴리한테 물어봤을 땐 2주는 더 걸린다고 했는데 벌써 끝났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제 속도 모르세요? 빠르다고 퀄리티 떨어지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송기영이 다시 끼어들었다.
“표 거의 없는데 일요일에 하나 남았대요. 그걸로 예약할게요.”
한 달 전이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떠났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문득 박지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고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엔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 같은 게 담겨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디자인은 끝났지만 후속 작업이 조금 남을지도 몰라요. 며칠만 더 남아보는 게 어때요?”
송기영은 대답 대신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규칙적인 ‘톡톡’ 소리가 불만스러운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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