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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말 돌리지 말고 빨리 약속이나 해. 아니면 나 갈 거야.” 내가 다시 가려고 하자 쥴리가 얼른 내 팔을 잡아당겼다. “알았어요. 그쪽은 내가 상대할게요. 그러니까 그 말은 취소해요.”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쥴리만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게 되었다. 물론 호연 그룹과의 미팅은 쥴리가 다 간다고 하니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 괜찮을 거야. 지레 겁먹지 마.’ 그 뒤로 나는 낮에는 쥴리의 작업실에서 디자인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희망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박지한은 지난번에 본 후로 한번도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는 박지한에 관한 생각도 사라져버렸다. 희망이가 이따금 박지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그날이 사실은 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 평화롭던 어느 날, 누군가와 통화를 마친 쥴리가 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물었다. “선배, 나 지금 호연 그룹에 가는데 정말 같이 안 갈 거예요?”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안가.” “알겠어요. 그럼 저 혼자 갈게요. 기획안은 완벽하니까 아마 바로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쥴리는 내게 별다른 강요는 하지 않았다. “프리츠커상이 벌써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응, 나도 기대돼.” 하지만 자신감이 가득해서 떠났을 때와 달리 쥴리는 몇 시간 후 풀이 잔뜩 죽어서 돌아왔다. 마침 탕비실에 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쥴리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물었다. “왜 그래?” 쥴리는 손에 들린 서류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씩씩댔다. “호연 그룹 대표는 인간이 왜 그래요? 사람이 까탈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저거 좀 봐요!” 나는 쥴리의 손짓을 따라 서류를 훑어보았다. 빨간색 펜으로 동그라미가 가득 쳐 있는 걸 보니 쥴리가 씩씩대는 것도 이해가 갔다.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1시간 동안 비평만 듣고 왔다니까요? 성질이 그 모양이니 와이프가 도망가지!” 쥴리는 분이 안 풀리는지 계속 중얼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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