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박지한이 보낸 음식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 데다 모든 음식에서 미나리가 다 빠져 있었다.
나는 미나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 치곤 특유의 풍미는 또 좋아하는 편이라 늘 셰프에게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주문하고 마지막에는 미나리를 전부 다 빼달라고 했었다.
결혼한 후, 셰프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박지한이 이어받았고 그는 불평불만 없이 늘 나를 위해 미나리를 제거해주었다.
이번에도 직접 미나리를 다 제거한 걸까?
나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 사이도 아닌 여자를 위해 미나리를 빼줄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늦은 식사를 마친 후, 나는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 지금은 기획안을 수정하는 게 급선무였다.
박지한의 요구대로 자료를 찾고 구상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동이 터 있었다.
나는 아주 잠깐 눈을 붙일 생각으로 책상에 누웠다. 그러고는 정확히 1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렸다.
늦지 않게 준비해 작업실로 가보니 직원들도 나와 똑같이 퀭한 얼굴이었다. 그들 역시 늦은 시간까지 일한 것 같았다.
우리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금방 자료를 펼쳐 놓으며 호연 그룹에서 원하는 대로 수정을 마쳤다.
잠시 후, 쥴리는 수정된 기획안을 들고 호연 그룹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젊은 여직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팀장님, 이번에는 통과되겠죠?”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죠. 결정하는 건 저희가 아니니까요.”
내 말에 직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것이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이번에는 꼭 됐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피곤해서 서류 볼 힘도 없어요.”
“어차피 지금은 할 거 없으니까 자리로 가서 좀 쉬어요.”
“네, 그럼 저는 이만...”
직원을 보낸 후 나는 커피를 한잔 마셨다.
쥴리가 돌아온 건 직원들이 하나둘 가방을 들고 퇴근하려고 할 때쯤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이 나가지 못하게 팔로 막고는 할 말이 가득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한 남자 직원이 기대하며 물었다.
“혹시... 통과된 건가요?”
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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