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눈앞에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이무진이었다.
이무진도 나를 발견하더니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의 눈빛에 의해 금방 다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쥴리는 지금 일 생각밖에 머리에 없어 나와 이무진 사이의 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쪽은 온나연 씨라고 우리 작업실의 디자인 총괄 팀장님이세요. 설명도 이분이 해주실 거예요.”
쥴리가 나를 소개했다.
“그... 렇군요.”
나는 얼떨떨해하는 이무진을 무시하며 기획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행여라도 이무진이 쓸데없는 말을 할까 봐 그쪽으로는 시선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설명이 끝이 난 후 회의실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이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구체적인 사항은 저 역시 보고를 드려야 해서요. 그러니까 사... 아니, 온 팀장님, 저랑 같이 회사로 가서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의 말에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물었다.
“혹시 회사라고 하면... 호연 그룹 말씀이세요?”
이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이번 계약은 대표님께서 직접 추진하신 겁니다. 그러니 설명은 저희 대표님께 직접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대 회사가 호연 그룹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만약 미리 알았으면 이런 자리에 오기도 전에 거절했을 것이다.
나는 프로젝터를 끈 후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런 거면 쥴리가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총책임자는 바로 쥴리니까요.”
내 말에 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가 만든 기획이잖아요. 그러니까 선배가 가는 게 맞죠. 설명도 선배가 더 잘할 텐데.”
“사실 방금 선생님한테 문자가 왔는데 아이한테 일이 조금 생겼다네?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쥴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어쩔 수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이 일이라면 어쩔 수 없죠. 얼른 가보세요. 호연 그룹은 제가 대신 갈게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이무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내일 다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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