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3화
“이번 일 네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바쁘게 지나가면 밥 한번 살게.”
여직원이 웃으며 말하자, 서선혁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밥 사고 싶으면 언제든 얘기해. 기회는 항상 열려 있어.”
“그렇게 말 잘하는데, 내가 네 여자친구 하면 어때?”
여직원이 장난스럽게 묻자 선혁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
“그럼 줄부터 서야지. 나랑 사귀고 싶다는 사람은 너무 많거든.”
“우리 이렇게 오래 알았는데, 그냥 새치기 좀 하게 해주면 안 돼?”
여직원은 눈을 찡긋하며 농담을 이어갔다. 그리고 선혁은 여전히 반쯤 진담, 반쯤 농담조였다.
“그건 나한테 물어볼 게 아니라 줄 서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야지. 걔네들이 허락할까?”
여직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인기가 많은 건 다들 알아. 우리 부서만 해도 매일 너 얘기하는 사람이 셋이나 돼. 매번 무슨 색 셔츠 입고 올지 내기까지 한다니까.”
선혁은 잠시 말이 막힌 듯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 생각보다 정말 심심하구나.”
여직원은 장난을 거두고, 이번에는 조금 진지하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여자친구 있어, 없어?”
선혁은 잠깐 멈췄다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없어.”
“정말 없어?”
여직원이 의심스레 묻자, 선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이야.”
그 말에 여직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나 좀 고려해 봐.”
선혁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나른하게 대꾸했다.
“좋아.”
“난 장난 말고 진심이야!”
여직원은 눈빛을 반짝였고, 서선혁은 한층 더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이어갔다.
“내 마음이 어디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찾을 수 있으면, 가져가도 돼.”
“서선혁, 너 정말 나쁘다.”
여직원은 입술을 내밀며 타박했다.
의현은 창밖으로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검은 어둠이 스며드는 듯, 가슴속까지 서서히 잠식해 들어왔다. 설렘으로 가득했던 빛이 한순간에 꺼져버린 듯, 남은 건 싸늘한 공허와 냉기뿐이었다.
기대했던 마음이 단숨에 짓눌리는 기분. 그것이 이렇게나 쓰라리고 초라한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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