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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4화

경성의 3월은 여전히 매서웠다. 바람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실려, 옷 사이로 파고들며 몸을 얼렸다. 의현은 홀로 긴 거리를 걸었다. 찬바람 속에서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서글픔은 여전했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오히려 많은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의현은 선혁을 원망하지 않았고 정말로 원망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선혁은 거절의 태도였다. 끝내 자기 혼자만의 감정으로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심지어 남자의 이성적인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매달려왔다. 게임을 잘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공통된 취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지난번 한번 해보자는 말 이후,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연인이라 부를 수 있는 선을 넘지 못했다. 의현은 다시 고백하지도 않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묻지도 않았다. 물었다가는 곧 끝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의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때 동경했던 경성의 거리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건 차가움뿐이었다. 문득 게임을 막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몰라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무조건 성장로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계속 길을 잘못 갔다. 후예를 잡은 선혁이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의현은 당당하게 성장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게 두 사람이 게임에서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선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끝내 의현을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이끌며 함께 성장로의 모든 포탑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았다. 자신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가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계속 잘못된 길을 걸었고, 선혁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의현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입술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허리를 곧게 세우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카페 안. 여직원이 선혁의 옆으로 다가와 장난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선혁은 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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