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화

떠나기로 결심한 사람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할 것이다. 윤성빈은 그걸 깊이 깨달았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그는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와 함께 청림 별장으로 돌아온 허준은 그가 채시아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방 안은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았고 쌓여 있던 선물은 하나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윤성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가가 선물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그녀가 갖고 싶어 했던 명품들과 클래식 옷들을 사기 위해 그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허 비서, 사람들 시켜서 이 물건들 잘 정리해 둬. 시아가 돌아오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네.” 허준은 급히 사람들을 불렀다. 그가 선물을 뜯으면서 물었다. “성신 빌딩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준공을 두 달 앞두고 있습니다.” “시아가 돌아왔을 때, 완공할 수 있겠어?” 그 말에 깜짝 놀란 허준은 연신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보석 업체에서 찾아왔다. 위층으로 올라온 매니저가 윤성빈을 쳐다보며 물었다. “대표님께서 요청하신 대로 결혼반지들을 준비해 왔습니다. 사모님께 골라보라고 하세요.” 사모님... 낯선 호칭에 어리둥절해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다 남기고 가요.” “시아가 돌아오면 골라보라고 하겠습니다.” 매니저는 급히 사람들에게 반지를 내려놓으라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허준은 그제야 윤성빈이 채시아를 위해 결혼반지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결혼반지는 허준이 마음대로 준비했었다. 허준은 윤성빈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대표님, 채시아 씨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그럴 자격이 없는 여자 아닙니까? 박지훈이랑 아이까지 낳은 여자인데...” 윤성빈의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말했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고.” 허준은 냉큼 고개를 숙였고 그가 허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이 선물들 다 뜯어서 정리해 둬.” “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채시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