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원태영은 온몸이 한순간에 물결 속에 삼켜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주인은 전강훈이었고 자신은 그저 남의 잔치판에 뛰어든 우스꽝스러운 광대일 뿐이었다.
심화영이 비웃는 듯한 눈길을 한 번 주더니 계단을 내려와 곧장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앞 거리에는 십 리를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혼례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맨 앞에서 전강훈이 준마 위에 올라 있었다.
흑색 도포가 그의 기개를 더욱 빛나게 하여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 같았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원태영과 사방의 인파는 모두 배경이 되었고 세상에는 오직 그 한 사람만이 눈부셨다.
심화영의 가슴이 갑자기 요동쳤다.
숨이 가빠오르며 저도 모르게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마음에 품어왔음을, 다만 전생에는 요망한 마귀들에 홀려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원태영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멀리 말을 탄 전강훈을 바라보았다. 설령 절름발이가 되었더라도 여전히 전장을 지배하던 장수의 위엄을 잃지 않은 채였다.
반면 자신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을 뿐이었다.
더 치욕스러운 것은 전강훈이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그를 헐뜯던 백성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어 감히 한 마디 잡말도 못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욕설을 퍼붓던 그들이 이제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이렇게 대비되니 원태영은 완전히 패배한 꼴이었다.
순식간에 행렬이 눈앞에 이르렀다.
전강훈이 말 위에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삼황자도 와 있었나요?”
그 목소리는 낮았으나 타고난 위압감이 태산처럼 덮쳐와 숨이 막혔다.
말끝에 실린 가느다란 비웃음과 조롱이 원태영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주먹을 쥔 채 원태영의 얼굴은 검푸르게 변했다.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송연정에게 청혼하러 왔습니다.”
사방이 다시 한번 술렁였다.
“하하, 가관이로다! 바로 앞에서는 심씨 가문 셋째 아가씨에게 충정을 바친다더니 명양왕 전하가 나타나자마자 말을 바꾸어 송연정이라니!”
웃음과 조롱이 쏟아졌다.
땅이 있으면 파내어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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