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그가 이른 새벽부터 발걸음을 옮긴 까닭은 전강훈과 심철호가 조정에 나간 틈을 타, 심씨 가문에는 고윤희와 심여진, 심화영 세 모녀만 남았으니 꾀어내기 쉽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심화영은 불과 서너 마디로 그를 깊은 수렁에 밀어 넣었다.
얻으려던 것은 하나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손채윤과의 혼약서까지 찢겨 버렸다.
지금 그의 세력은 이미 기울어 손채윤이 그와 혼인치 않겠다고 하면 손씨 가문은 이 기회에 그를 버릴 터였다. 원태영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심화영이야 당연히 그에게 시집올 리 없고 전강훈과도 감히 맞설 수 없었다.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심씨 가문을 붙잡을 수 없다면 손씨 가문만이라도 꼭 붙들어야 했다.
송연정이 비록 적녀가 아니고 손 상서와 유씨 부인 사이에서 난 딸이라 하나 그래도 분명 손씨의 혈통이었다.
게다가 손 상서는 아내에게 눌려 사는 터라 이 일이 손씨 노부인 귀에 들어가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했다.
송연정만 붙잡으면 손 상서의 약점을 쥐는 것이니 그가 절대 등을 돌리진 못할 것이다.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결국은 심화영이 깔아놓은 길 위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화영 낭자가 이리 말하니 나도 감히 거절치 못하겠소. 오늘 이 예물, 송연정에게 주리다. 머잖아 첩으로 송연정을 맞아들이겠소.”
심화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축하드립니다, 삼황자 전하.”
그러고는 곧 차가운 어조로 덧붙였다.
“이제야 알겠군요. 삼황자 전하의 맹세와 언약이란 그저 귀로만 듣고 흘릴 말일 뿐이란 것을요. 이미 어떤 분이신지 알았으니 저도 굳이 같은 사람과 다툴 마음 없습니다. 오늘 사과는 없는 셈 치고 대신 전하와 저의 사촌 언니의 혼사나 성사되길 바라겠습니다.”
그가 ‘진심 어린 정’으로 체면을 세우려 했다면 그녀는 그 체면을 흙탕 속에 짓밟아 버린 셈이었다.
순간 사방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삼황자 전하, 참 가관이로다.”
“전에는 심화영이 자신을 노린다더니 알고 보니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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