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화
심화영이 눈치채지 못한 듯 살짝 손을 거두고 탁자 위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나직이 말하였다.
“해서... 삼황자 전하께서는 오늘 저와 혼담을 나누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원태영이 내밀었던 손을 머쓱하게 거두었다. 그러나 눈길은 굳게 그녀의 얼굴에 고정한 채 말했다.
“낭자가 허락하든 아니하든 난 한 번은 시도해 보고자 하오. 그렇지 않으면 이생에 두고두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오.”
그는 한층 더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난 오늘 새벽부터 사죄문을 써서 이미 거리마다 붙여 두었소. 오늘 내가 하는 말은 한 치의 거짓이 없소. 낭자와 명양왕이 예전엔 각별했을지언정 그자가 떠난 세월 동안 곁을 지킨 이는 바로 나였소. 사람의 마음이란 변하는 법. 그자가 낭자를 맞이하려 한 것은 혹여 다른 속셈이 있었을지 모르나 나는 아니오.”
“나는 진심으로 그대를 사모하니 이리 나선 것이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스스로 뺨을 한 대 내리쳤다.
“내 수단이 떳떳지 못함을 잘 아오. 다만 능력이 모자라 명양왕과 정면으로 겨루기 어려울 뿐... 하나 화영 낭자가 이해해 준다면 그 모든 것이 값진 일이 될 것이오.”
그 달콤하고도 질척한 말에 고윤희와 심여진은 서로 눈을 맞추며 조마조마하게 속을 졸였다.
고윤희가 나서서 말했다.
“삼황자 전하, 다른 말씀은 차치하고서라도 전하와 손채윤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화영이를 이런 수모 속에 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화영 낭자가 허락한다면 난 곧장 손채윤과의 혼약을 파기할 것이오!”
원태영이 단호히 장담하니 고윤희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심화영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문가에 서 있는 여장 차림의 백세민을 힐끗 보고 눈짓을 보냈다.
백세민이 눈빛에 잔잔한 미소를 띠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원태영은 어제 그 계집종에게 당한 것이 있어 백세민이 나가는 것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 세민이라 하는 계집종은 어딜 간 것이오?”
심화영이 대답했다.
“삼황자 전하께서 이리도 정성스레 말씀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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