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그 강치현 말입니다, 그자는 결코 빈손으로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언니는 또 눈이 높으니 마음에 둔 이도 범상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고 마음 놓으세요. 지금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언니가 날마다 그리워하고 있음을 어떻게 전하느냐는 것입니다.”
“아이구, 이 계집애, 곤장을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심여진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고 심화영을 쫓아 장난스럽게 달려나갔다.
둘은 웃고 떠들며 문간까지 뛰어갔는데 그 순간 심화영이 걸음을 멈추었다.
익숙한 기시감이 벼락처럼 그녀의 마음을 뚫고 들어왔다.
“화영아, 천천히 달리거라. 넘어지겠다! 안 쫓는다, 안 쫓는다. 네 속도를 못 따라가겠구나, 우리 화영이 참 잘도 달리는구나!”
“그럼 제가 이긴 겁니다? 약조했으니 내일 연 날리러 같이 가주세요!”
“좋다, 좋다. 네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다 데려가 주마.”
“자, 진성아, 내일 나들이 나가거든 다른 아이들도 거느려 같이 가거라. 길 잃지 않게 조심하고.”
“저도 가겠습니다!”
어릴 적 큰 오라버니, 둘째 오라버니, 언니, 그리고 고윤희의 목소리가 마치 볕이 스며든 낡은 기억 속에서 한꺼번에 솟아올랐다.
세 살, 네 살... 여덟 살까지의 모든 장면이 흙을 뚫고 솟아나듯 생생히 떠올랐다.
심화영은 대문 앞에 멍하니 서서 눈가를 적셨다.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 시절, 고윤희와 언니, 두 오라버니와의 관계가 그렇게도 좋았는데 훗날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그때 심여진이 다소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화영아, 어찌하여 갑자기 우느냐?”
심화영이 정신을 가다듬으며 훌쩍였다.
“언니, 지난 세월... 제가 유씨 부인과 송연정을 따라다니는 탓에 분명 언니와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겠지요?”
심여진은 잠시 말을 잃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무슨 말이냐. 나와 어머니는 다만 네가 유씨 부인에게 휩쓸려 성정이 굳어질까 염려하였을 뿐이다. 하나 이제는 다행스럽게도 네가 여러 번 훌륭히 일을 해냈으니 언니도 몹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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