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3화
심화영이 잠시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명양왕 전하께서 제게 이르신 바입니다.”
고윤희는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귀비의 약속은 어찌 피하겠느냐?”
심화영이 한동안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저에게 하나의 계책이 있사온데 말씀드려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어서 말해 보아라. 한집안 식구 사이에 무슨 가릴 것이 있겠느냐.”
고윤희는 요즘 들어 심화영의 수완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으니 그저 좋은 방책만 나오길 바랐다.
심화영은 심여진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대황자, 이황자, 삼황자가 모두 세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대황자는 비록 역량이 부족하나 배후에 심씨와 전씨 양가가 버티고 있고 이황자는 폐하의 총애가 깊어 승상이 뒷배가 되어 있습니다. 삼황자는 요사이 연이어 실책을 저질렀으나 심모가 깊고 은밀히 쓰는 수단이 있어 아직 승산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듯 승부가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황자나 이황자 모두 장차 언니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할 터이니 우리가 먼저 한 쪽에 붙어 버리면 그쪽이 패했을 때 언니의 앞날이 험난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언니는 먼저 허물을 벗고 몸을 숨기셔야 해요.”
심여진은 그 말을 듣자 은근히 가슴속에서 반발심이 일었다. 황제의 몇몇 아들 중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언니는 서두르지 마시고 제 말을 찬찬히 들으세요.”
심화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언니께서 결심만 하신다면 머잖아 중병을 얻어 시골로 요양 간다는 소문을 흘리면 됩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방도를 내어 용모를 바꾸어 2년쯤 몸을 감추시게 할 거예요. 그리고 때가 되면...”
그럼 마침 강치현이 돌아올 시기가 다가올 터였다. 또한 그동안 둘 사이의 정을 키울 기회이기도 했다.
심화영은 앞으로 강치현에게 가야금 공부를 하러 갈 때마다 심여진을 함께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다.
곧 고윤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여진이 먼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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