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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너그럽게 봐달라? 이게 누구의 구역인지 네 정녕 모른단 말이냐?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내 수레를 들이박아? 당장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지 못할까! 그러지 않겠다면 보내주지 않겠다!” 이 말하는 자의 얼굴에는 기름기가 번지르르했고, 몸에는 값비싼 장신구들이 치장되어 있었다. 침을 튀기고 고함을 지르며 매우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안왕부의 세자인 원지호였다. 그가 가로막고 있던 소년이 바로 세 폐인 중 꼴찌였던 동영에서 온 강치현이었다. 강치현의 마차는 뒤집혀있었고, 그도 마차에서 굴러떨어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피로 물들어져 있던 흰옷은 마치 붉은 매화가 만발한 듯했으며 눈빛에서는 애처로우면서도 무기력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얼굴이 창백하고 많이 야위어서 그런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용서만 구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심화영은 안왕 세자의 죽음을 떠올렸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약 열흘 뒤에 안왕 세자는 청루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칼로 자신을 수십 번 찌른 바람에 피를 많이 흘려 죽고 말았지. 죽음이 참혹한 것은 그렇다 쳐도 들개들에게 시신까지 뜯어 먹혀서 미제 사건으로 남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오늘의 이 일이 도화선인 것 같네.’ 생각을 정리한 심화영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말했다. “두 분을 오랜만에 뵙네요. 제 얼굴을 봐서라도 오늘 이만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심화영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성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강치현도 그녀와 함께 경성의 폐인으로 불린 탓에 사람들 눈에는 심화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을 터. 부유하고 한가롭지만, 권력이 없었던 안왕 세자 역시 경성 귀족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희미해서 먹고 노는 것, 그리고 저잣거리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것만 즐겼다. 이 셋은 도토리 키재기나 다름없었다. 심화영의 말에 안왕 세자가 그녀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며 말했다. “아이고! 어디서 놀다가 이제야 오는 것이냐? 한데 옷차림이 왜 이래? 전에는 화려한 옷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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