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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혼약서는 단순한 혼인 증서가 아니라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동맹을 상징하는 문서여서 만약 이 혼약서가 분실되거나 훼손된다면 심씨 가문과 와 전씨 가문의 사이가 틀어질 것이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정세에 결별이라도 하게 된다면 두 가문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언젠가는 전생에서처럼 멸문지화를 당하게 될 것이 뻔했다. 애초 심화영은 단순히 혼약서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백세민이 혼약서를 찾으러 갔다가 암살당할 뻔한 사건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혼약서를 파괴하려는 자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서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후작 댁 안에는 유씨 부인, 송연정, 연지 같은 간첩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테지.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리 가문은 문신 집안이라 호위병들이 많지 않으니 만약 강 도령 같은 자객이 들이닥친다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혼약서도 잃어버릴 위험이 있어. 혼약서를 전강훈에게 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설현수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야. 사람들은 설현수의 존재조차 몰라. 그리고 설현수는 무공이 뛰어나서 그한테서 무언가를 뺏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돌의자에 앉아 있던 설현수가 눈동자에 어둠이 드리워진 채 심화영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한 장의 종이를 바라보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혼약서를 받으며 입을 열었다. “스물세 해가 흘렀군.” “예?”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설현수를 올려다보던 심화영은 그제야 발견했다. 지난 세월의 흔적이 담겨있던 설현수의 시선이 혼약서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말랐으나 힘 있는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도. 착각인지는 몰라도 설현수가 이 혼약서를 처음 보는 게 아니라고 심화영은 순간 직감했다. 정신을 차린 설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혼약서는 내가 잘 보관할게.” 이렇게 말하며 그는 혼약서를 소매 속에 넣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사부님.” 심화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설현수가 그녀를 일으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스승으로서 당연히 제자의 부탁을 들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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