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지금 원태영이 하는 말을 다시 듣고 있으니 속이 다 뒤집힐 지경이었다.
심화영은 계단 위에 서서 원태영을 내려다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뭐라고요? 삼황자께서는 그렇게 내가 화내는 게 걱정되세요? 설마 또 책임질 생각도 없으면서 한 번 더 날 휘두를 셈이에요? 감정이든 명예든 다 가져가고 내 혼사까지 망쳐 놓고 뒤에 숨어서 여전히 발 뺄 생각만 하시는 거예요? 그래요. 저한테 정말 잘해주셨네요!”
그녀는 가차 없이 그의 진짜 속내를 들춰냈다.
“그럴 거면 오늘 제대로 말씀하세요. 저를 정말로 데려가겠다면 사흘 안에 혼사 예물부터 보내세요. 그럴 용기 없으면 이젠 제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괜히 자비로운 척 그럴듯한 소리만 하지 말고요. 삼황자께서 그런 식이라면 차라리 세상 여자들이 다 삼황자 좋아하지 않은 게 다행이에요. 그런 보살 같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 여자를 다 구제하겠다고 나서기라도 하면... 그 몸이 남아나겠어요?”
“...”
순간 현장은 숨소리 하나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삼황자 원태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주위 사람들 역시 입을 다물고 그녀의 대담한 발언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심지어 위쪽에 있던 전강훈조차도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고 곁에 있던 강구는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와... 예전에도 말은 독하다 싶었지만 오늘은 정말 치명적이네요. 원래 저렇게 소리치며 악을 쓰던 건 그냥 애들 장난이었던 거네요. 이게 진짜 실력이었군요!”
그 말에 전강훈은 눈을 내리깔았고 길고 짙은 속눈썹이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예전의 심화영이 자기에게 달려들어 욕을 퍼부었던 건 그냥 길거리 싸움 같았다. 듣기엔 거칠고 상처가 될 만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가 삼황자를 향해 던지는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비수처럼 사람 마음에 꽂혔다.
거친 욕설도 아닌데 듣는 이에게 도망칠 곳도 없게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고 어떻게 답해도 자기 살점 하나는 떼어 내야 하는 궁지였다.
만약 원태영이 정말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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