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왜 이렇게 숨기고 피한다고? 너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
원태영은 눈썹을 바짝 치켜세운 채 심화영을 노려보며 속에서 피가 끓는 듯한 분노를 삼켰다.
만약 지금이라도 힘만 있다면 심화영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그 오만한 웃음을 다신 짓지 못하게 짓밟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몸이 우선이었다.
그는 억지로 숨을 고르며 심화영이 건넨 약을 받아 삼키고는 겨우 한숨 돌렸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얼버무렸다.
“오늘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 분장을 한 거예요. 마침 셋째 아가씨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뿐이고요.”
그러자 심화영은 가차 없이 되물었다.
“그래서 삼황자께서 저한테 할 말이 뭐예요?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하시지 왜 끌고 가려 하고 자꾸 이러시는 거예요?”
오늘 심화영은 처음부터 그를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제도 명양왕부에서 똑똑히 말씀하셨잖아요. 우리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삼황자께는 이미 상서부 손채윤 낭자가 약혼자고 전 명양왕의 약혼자라고요. 남녀가 유별하다면서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저를 끌고 가려고 하고 자꾸 화영 낭자라 부르고 또 방으로 끌고 가겠다는 건... 제 명예를 망치려는 속셈 아니에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은 다시 한번 웅성거렸다.
“삼황자란 사람은 설마 지금까지 심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를 가지고 논 거 아냐? 뒤에서는 따로 만나고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고 어제는 또 일부러 인연 끊는 척 굴어서 심씨 가문 셋째 아가씨 속만 긁어놨다잖아.”
“그러니까 황제가 아직 태자를 정하지 못한 것도 명양왕부의 지위가 만만치 않아서 그런 거라잖아.”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경성 귀족 가문의 사람들이나 하인들이었기에 웬만한 속사정은 다 알 정도였다.
심화영이 오늘 이 자리까지 일부러 온 것도 결국 삼황자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려는 의도였다.
원태영은 귀에 쏟아지는 잡음 때문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고 애써 준비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남녀의 문제라면 그냥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소문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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