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다음 순간 원태영은 정말로 숨이 막히고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거의 주저앉을 뻔했고 목구멍에서는 은근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그러자 원태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는 급히 난간을 붙잡고 심화영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무릎 꿇고 사과해라.”
심화영은 계단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그의 위협 어린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고 완전히 경성의 말썽꾸러기처럼 당당한 기세였다.
‘원태영이 진짜 여기서 꿇을 건지 아니면 본색을 드러낼지 두고 보겠어.’
원태영은 이를 악물고 온몸을 떨었다.
과연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독약의 효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심화영은 그의 눈동자가 이제 막 튀어나올 듯 치켜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고 주변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차라리 그냥 무릎 꿇고 사과하오. 넌 그냥 겨우 잡놈 하나뿐이고 저쪽은 후작댁 아가씨잖소. 무릎 꿇는다고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네가 먼저 잘못했잖소. 지금 명양왕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고 겨우 심씨 셋째 아가씨일 뿐이니까... 만약 명양왕이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로 끝날 일도 아니라오.”
“그래. 버티긴 뭘 버티는 거야. 네가 설마 자기가 삼황자인 줄 아는 거야?”
사람들은 콧방귀를 뀌면서 그를 나무랐고 원태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다.
당장이라도 얼굴에 쓴 가면을 확 벗어던지고 이 멍청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는 흐트러져가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때 곡의가 상황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심화영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셋째 아가씨, 저희 손님이 아가씨께 실례를 범한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대신해서 이렇게 머리 조아려 용서를 구하오니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분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니 부디...”
곡의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지만 전생의 심화영은 이미 그녀의 속셈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곡의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과 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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