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만약 전강훈이 무공을 완전히 잃었다면 그래도 상관없었겠지만 설령 그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군사를 움직인다고 해도 황제는 그 핑계로 병권을 거둬들일 게 뻔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날 전강훈이 비록 독화살을 맞아 다리는 쓰지 못하게 되었어도 오히려 내공은 더욱 깊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조정의 많은 이들은 그를 오히려 더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
만약 둘 사이가 정말로 틀어져서 정면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원태영은 그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져 더는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침내 고개를 들어 위층을 한번 올려다봤다.
마침 그때 곡의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더니 원태영을 곁눈질하며 일부러 평범한 손님 대하듯 말했다.
“어머, 제가 셋째 아가씨 좀 모셔 오라 했더니 어찌 그리 꾸물거리신대요?”
그러면서 심화영을 향해 몰래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오늘 심화영이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이대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
곡의가 그녀를 끌고 올라가려 다가오는 순간 심화영은 곧바로 곡의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네가 뭐라고? 네가 부른다고 내가 덜렁 올라갈 줄 알아? 삼황자가 여기 와서 네가 부르는 곡 몇 소절 들었다고 너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착각도 적당히 해라!”
이번 따귀는 아까 누각에서의 한 방과는 달랐다.
곡의는 그대로 몸이 돌아갈 정도로 세게 맞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심화영을 올려다보았다.
삼황자가 보는 앞에서 감히 손찌검하다니 감히 그녀가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심화영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고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바로 원태영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기려는 의도였다.
원태영 역시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나 잠시 생각해 보니 앞서 연지가 했던 말처럼 정말로 사람이 바뀐 게 맞구나 싶었다.
심화영은 이렇게 강경하고 무섭고 냉정하게 변해버렸다.
그 순간 원태영도 이 자리는 더는 머물 곳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는 게 좋겠어... 다음에 다시 기회를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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