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연춘루는 제약당 맞은편, 남쪽 대로의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삼황자 원태영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도 했지만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 많아 경성의 내로라하는 귀공자들이 모여 어울리는 곳이기도 했다.
전생에 원태영은 이곳에서 부하들과 몰래 모의하다가도 누군가 덮치기라도 하면 곧잘 연춘루에 곡을 들으러 왔다며 자신은 연춘루의 곡의라는 이름의 기녀가 연주하는 비파 소리를 좋아한다고 둘러댔다.
황자라는 신분으로 기녀의 비파를 즐긴다 한들 누가 뭐라 할 일도 아니었으니 대수롭지 않은 핑계였다.
예전에 심화영이 이곳을 찾을 때면 항상 곡의부터 찾았고 그녀의 방에서 삼황자가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곤 했다.
가끔은 삼황자가 먼저 와 있는 적도 있었고 운이 나쁘면 곡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연춘루에서 난동을 부리며 곡의의 뺨을 때리고 그녀의 얼굴에까지 상처를 냈던 적도 있었다.
원태영은 제약당의 최 의원을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 곡의의 방에서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빌었다.
곡의는 단지 기녀에 불과하고 자신이 곡의를 곁에 둔 것은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언젠가 반드시 전강훈과 원시경을 꺾고 동궁의 주인이 되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그때는 오직 심화영만을 곁에 두겠다며 달랬다.
황자의 무겁고 고귀한 무릎이 심화영 앞에 꿇려 있자 그녀도 순간 마음이 약해졌고 그 뒤로는 곡의와의 사이도 모든 치욕도 참고 넘겼다.
언젠가 그가 꼭 황제가 되기만 하면 더 이상 연춘루 따위의 기녀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믿었고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며 자신을 달랬다.
심지어 곡의가 완전히 삼황자의 사람이 되도록 질투를 삼키며 일부러 은전까지 쥐여주고 비위를 맞추곤 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심화영은 제약당 앞에 말을 세워두고 3층 높이의 연춘루를 올려다보며 전생의 비굴하고 어리석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심화영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반쯤 얼굴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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