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아가씨, 이렇게 유씨 부인께 하시다니... 만에 하나...”
방 안에서 자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로 아가씨의 친어머니라면 나중에 마음이 아프지 않으시겠어요?”
심화영은 소매 끝에 감춰둔 손이 살짝 떨렸으나 곧바로 담담히 말했다.
“아프지 않다.”
그녀라고 어떻게 정말로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생에 송연정과 유씨 부인은 삼황자를 도와 결국 자신과 전강훈을 해치고 심씨 가문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적이 된 건 유씨 부인이 먼저였고 그녀가 먼저 등을 돌린 것이다.
설령 마음이 아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느새 해가 훤히 떠올랐다.
심화영은 고개를 들어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쉬고 가슴속 복잡한 감정들을 조금씩 내쉬며 털어냈다.
“자윤아, 송로를 좀 도와줘라. 일이 끝나면 말도 끌어다 주고.”
“네. 아가씨.”
자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괜스레 마음이 짠해졌다.
그러나 건네고 싶은 위로의 말은 허공을 맴돌 뿐 마음속 먹구름을 걷어내기에는 너무도 가벼웠다.
요즘 들어 심화영의 눈빛은 늘 깊고 무겁기만 했다.
마치 수십 년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온 노인처럼 세상이 그녀에게 남긴 흔적이 그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반면 자신을 비롯한 계집종들은 여전히 열다섯, 열여섯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자윤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가도 막상 입을 열면 아무 말도 힘이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심화영은 홀로 뜰에 놓인 돌상에 앉아 있었다.
추월각은 언제나 서화원의 누각에 햇빛이 가려져 고개를 들어야만 겨우 저 멀리 누각 너머로 아침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마당은 해가 질 녘이 되어야 겨우 한 줌의 빛이 스며들었다.
심화영은 며칠 전 겨우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기에 햇볕을 더 쬐어야 했지만 결국 해가 잘 드는 남쪽 후원 구석에 가서야 겨우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늘진 곳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한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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