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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서풍원은 오래전부터 방치된 채 황폐해 있었다. 뒤편은 울창한 산림과 마구간, 그리고 집안의 고된 일을 하는 거친 하인들이 머무는 곳이었고 앞쪽에는 세 층 높이의 사당이 서 있었다. 그 안에는 심씨 가문의 역대 조상들이 모셔져 있었기에 사당은 음침할 뿐 아니라 햇빛마저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탓에 서풍원은 사시사철 단 한 줌의 햇살도 들지 않았다. 늘 눅눅하고 어둑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제 이렇게 6월의 더운 날이 와도 뜰 안에서는 곰팡내가 스며 나왔다. 두 짝 대문에는 이미 녹슨 자국이 가득했고 주위에는 온통 이끼가 퍼져 있었다. 그곳은 본디 후작댁의 노대감이 총애하던 한 첩실이 머물던 별채였다. 하지만 훗날 그 첩이 그곳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뒤로 이내 버려져 수십 년 동안 다시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쓸쓸한 처소가 되고 말았다. 평소에는 무거운 쇠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갔으니 들어가려는 이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심화영이 그녀들을 그런 곳으로 내쫓겠다고 했다. 송연정은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이 들어서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난 그런 데로 가고 싶지 않아!” 유씨 부인은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달랬고 침 말을 꺼내려던 찰나 송로가 비웃듯 말했다. “그 따위에 머물 곳을 가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오늘은 가고 싶어도 가야 하고 가기 싫어도 반드시 가야 해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문밖을 바라보았고 그때 푸른 옷차림의 호위무사 하나가 칼을 품에 안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그 자리에 서서 마치 돌기둥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비록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그가 송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유씨 부인과 송연정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송로가 명령만 내린다면 언제든 그 칼이 그녀들을 향할 것이다. 유씨 부인의 얼굴이 그새 잿빛으로 변했다. “큰 도련님이 자신의 호위무사를 셋째 아가씨에게 붙여두었다고?” ‘심진성은 본래 심화영을 가장 못마땅해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오늘은 대체 어찌 된 일이야? 심지어 강석까지 남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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