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얌전히, 어미 말대로 하렴.”
“너는 추월각에 살아야 한다. 그곳은 햇볕도 잘 들지 않으니 남들은 그걸 보고 고씨 부인이 널 박대한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너를 더 불쌍하게 여겨 애틋하게 여길 것이다. 그래야만 너를 눈여겨보는 귀인들이 생길 수 있어. 나중에 좋은 혼처만 들어가면 다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야.”
그 말들이 심화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전생의 장면들은 잿빛으로 바래 흉터처럼 가슴에 걸려 있고 이번 생의 말들은 마치 어제 들은 것처럼 생생했다.
전생의 심화영은 처음 이 세계에 와서 세상 인심이 얼마나 악독한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유씨 부인이라는 여인을 단 한 번도 경계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곧이곧대로 믿었다.
가장 좋은 것을 스스로 내어주었고 끝내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불쌍한 성격만 남았다.
그나마 있는 그녀의 날카로운 성격들은 오직 전강훈을 대할 때만 보였었다.
자신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에게만 말이다.
지금 와서 다시 그 말들을 곱씹어보면 독하디독한 말이었다.
유씨 부인은 애초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다.
그녀가 진정 아꼈던 건 오직 송연정이었다.
심화영은 송연정보다 한 살 반가량 어렸다.
심철호가 송연정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미 아이가 돌이 지난 상태였고 그런 아이를 품에 안고 ‘심철호의 자식’이라 주장하며 후작 댁에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심화영이 필요했다.
결국 심화영은 유씨 부인이 만들어낸 후작 댁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그녀의 모든 말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송연정의 길을 열기 위해, 밑거름으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그렇게 키운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심화영의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들이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의를 지킬 이유는 없었다.
심화영은 고개를 들어 옆뜰에서 뻗어 들어온 꽃나무 가지를 바라보았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어느새 서릿발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러던 차에 옆뜰에서 송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가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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