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심진성은 그녀의 말투나 태도가 허튼 수작이 아님을 느끼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에게 의술을 배우는 건 예전처럼 삼황자 뒤를 쫓는 것보다야 백 배는 낫지. 하지만 유씨 부인과 송연정 쪽은 어찌할 생각이냐?”
“제 것을 가로챈 자들입니다. 당연히 돌려받아야지요.”
심화영의 목소리는 깊고 서늘했다.
“서화원이 어찌 감히 첩과 계집종이 차지할 수 있는 곳이겠습니까? 내일 바로 짐을 싸서 나가라 명할 것입니다. 이곳이 불편하다 느끼면 알아서 다른 출구를 찾겠지요.”
“저는 보고 싶습니다. 유씨 부인과 송연정이 손 상서와 삼황자를 찾아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줄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저들 사이의 관계도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은 한 몸입니다. 전씨 가문이 지지하는 이는 원시경 세자이고 제가 명양전하께 시집을 가게 되면 삼황자는 곧 우리의 숙적이 됩니다. 지금부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심진성은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더는 소녀로서의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조정의 흐름을 꿰뚫는 대인 같은 총기가 서려 있었다.
그런 눈빛이 한때 삼황자를 열병처럼 좇으며 7,8년을 허비하던 소녀의 얼굴 위에 담겨 있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진성은 때로 그녀의 말이 타당하고 믿을 만하다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의 그녀가 도무지 믿기지 않아 헛것을 보는 듯하기도 했다.
심화영도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과거의 방탕하고 철없는 모습이 남긴 그림자, 그 흔적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설명하려 들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께서 저를 방으로 바래다주시니 마침 하나 일러드릴 일이 있습니다.”
“일러줄 일?”
심진성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나무라고 화영이는 고개 숙여 듣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내게 일러줄 일이 있다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심화영은 그 눈빛만 보고도 곧바로 그의 생각을 읽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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