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차서진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차씨 남매의 맏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논란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또 다른 사건들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___ 자선 경매회가 열리기 전 임지은이 임태혁에게 부탁했던 데이터 고수는 아직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 무렵, 해피라는 닉네임을 쓰는 강준은 어렵사리 현장 영상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것은 몰래 찍은 영상이라 화질이 흐릿하고, 또 휴대폰을 의자 밑에 숨겨 찍은 탓에 무대 위 인물들은 전혀 식별되지 않았다. 게다가 관객들의 목소리까지 뒤엉켜 화면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이 영상으로는 쓸 만한 단서를 얻기 어려웠다. 강준은 어쩔 수 없이 형 강민을 찾아갔다. “형, 부탁 좀 하자.” “뭔데?” 그는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 “이 영상 속 소음 좀 지워줄 수 있어? 노래만 남게.” 강민은 파일을 열어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냥 프로그래머야.” 강준이 웃으며 맞받았다. “형은 너무 겸손해서 문제야. 다들 형을 최고 데이터 전문가라고 하잖아.”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데이터 분석일 때 얘기고... 일단 놔둬. 확인해 볼게.” “고마워, 형!” 강준은 속으로 이번 일을 세 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다짐했다. 영상만으로는 얼굴을 복원하기 어렵다. 우선 다시 현장에 들어가 은밀히 장비를 숨겨 녹화해야 한다. 동시에 강민의 보정 결과를 기다리며, 온라인 곳곳에서 추가 영상과 음성을 수집해 대조할 것이다. 그리고 끝내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입증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첫 번째 라이브 현장의 원본이다. ____ 한편, 어느 작은 방 안. 몇 명이 모여 앉아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들은 온라인을 뒤덮은 한연서의 화려한 홍보물과, ‘신의 목소리’에서 유출된 녹음 파일을 돌려가며 분석했다. 그렇게 그들이 내린 결론은 세 가지였다. 1. 이나가 막 유산했다는 것 (대형 스캔들이 확실함.) 2. 한연서와 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