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9화
시원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다 호텔 정문 앞을 지날 때, 거기 서 있는 진구를 보았다. 밤은 이미 깊었고, 아마도 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망설인 끝에 시원은 차를 그쪽으로 몰았다. 차가 막 멈추기도 전에, 진구는 스스로 차 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올라탔다.
술에 취한 진구는 뒷좌석에 몸을 던지듯 기대더니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영경팰리스로 가세요.”
‘헉.’
시원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 남자 지금 나를 개인 기사쯤으로 아는 건가?’
시원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차를 영경팰리스 방향으로 몰았다.
막 사거리를 지난 순간 진구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남자는 대충 전화를 집어 들며 짧게 말했다.
“여보세요?”
폰을 귀에서 멀리 대고 있어서, 상대방 목소리가 차 안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사장님, 호텔 정문 앞에 도착했는데 왜 안 보이시죠?]
진구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시원은 백미러를 통해 남자의 눈빛이 멍청할 정도로 허탈해 보이는 걸 똑똑히 보았다.
[사장님?]
운전기사가 다급하게 묻자 진구가 낮게 대답했다.
“이미 차에 탔어요.”
[누구 차를 타셨어요?]
“모르겠는데.”
시원은 참다못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운전기사한테 말해요. 방시원이라고요.”
차 안 조명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진구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이윽고 남자는 이를 갈 듯 낮게 말했다.
“너, 나 납치한 거야?”
시원은 두 눈이 커졌다.
“무슨 소리예요?”
[사장님?]
운전기사가 불안해하며 다시 물었다.
“아무 일도 없어요.”
진구는 차갑게 잘라 말하고는 곧장 시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워. 지금 내릴 거니까.”
시원은 핸들을 꽉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이쯤 왔으니 그냥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세우라고 했어.”
진구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
“싫은 사람과 같은 차 안에 있는 건, 단 1초도 못 참아.”
시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요란하게 멈추며, 진구는 몸을 앞으로 내던져졌다가 간신히 버텼다

Klik untuk menyalin tautan
Unduh aplikasi NovelRead untuk membuka konten yang lebih menarik
Nyalakan kamera ponsel untuk memindai, atau salin tautan dan buka di browser seluler Anda
Nyalakan kamera ponsel untuk memindai, atau salin tautan dan buka di browser seluler 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