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도서찬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모이사나이트가 든 금고를 차 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애초에 그는 모이사나이트를 한연서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블러드 루비 펜던트를 낙찰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블러드 루비 펜던트를 건네며 서툰 변명 하나를 덧붙이기만 하면, 모이사나이트는 자연스럽게 자기 손에 남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정작 도서찬 자신조차, 왜 그런 변명을 굳이 만들어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이유를 덧붙여야 할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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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노을은 헬기에서 내려 병원으로 향하는 마이바흐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어때? 몸은 좀 괜찮아?”
곁에 앉은 주민재가 걱정스레 물었다.
황노을은 고개를 살짝 저어 괜찮다는 뜻을 전한 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자선 경매회는 그녀의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육체적 고단함보다 정신적 피로가 훨씬 더 깊게 밀려왔다.
밤은 짙게 내려앉았다. 거센 바람에 휘날린 버드나무 솜털들이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치솟았다가, 작은 회오리처럼 빙글빙글 흩날리며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지쳐버린 게 언제였더라?’
기억은 어느새 4년 전, D시 바다 위로 흘러갔다.
거대한 유람선 안, 경매가 한창이었다. 와인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환호성 속에서, 도서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입찰판을 연이어 들어 올렸다.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는 사이, 그는 일부러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며 판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막대한 재산이 오가는 광경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낮게 속삭였다.
“노을아, 판에서 감정에 휘둘리는 건 치명적이야. 지금 저자들처럼 말이지.”
그해,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크루즈 경매 전쟁을 촉발했다. 목표의 자금을 먼저 소모시킨 뒤, 진짜 노리던 물품을 안정적으로 낙찰받기 위해서였다.
경매가 끝나고 대기하던 보트로 옮겨 탔을 때, 혼란에 빠진 유람선을 멀리 바라보는 그녀 곁에는 늘 그렇듯 그가 함께 있었다.
거센 바람이 갑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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