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이 정도면 돼. 일단 노을 씨가 기부 안 했다는 소문은 소규모로만 흘려. 너무 크게 퍼뜨리진 말고. 그래야 나중에 내가 노을 씨를 쥐고 흔들 수 있지.]
메시지를 전송하자 곧 확인 알림이 떴다.
한연서는 휴대폰을 덮으며, 모든 것이 손아귀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에 젖었다.
일은 뜻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최근의 모든 행동이 계획대로 맞아떨어지자, 그녀의 가슴은 성취감으로 벅차올랐다.
___
마침내 차는 한연서의 아파트 단지 앞에 멈췄다.
도서찬은 곧장 내리지 않았다. 한연서 역시 움직이지 않은 채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던 도서찬은 조금 전 받아온 금고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한연서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나 곧 시선을 떨구며 속내를 감추려 애썼다.
‘서찬 오빠가 6캐럿 블러드 루비 펜던트를 나한테 줄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기대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50억에 낙찰된 모이사나이트에 열광했지만, 실상 그 원석의 가치는 2억 남짓에 불과했다.
한연서가 진심으로 원한 것은 값비싼 블러드 루비 펜던트였다. 완성품이라 곧바로 착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혹적이었다.
물론 욕심 같아서는 두 개 다 갖고 싶었다. 하지만 도서찬이 먼저 움직인 이상, 자신도 반응을 보여야 했다.
한연서는 휴대폰을 꺼내 이체 화면을 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찬 오빠, 지금 나한테 있는 현금은 2억 4000만 원이야. 우선 이거부터 줄게. 나머지는 어떻게든 마련해서 보낼 거야.”
도서찬의 시선이 금고 속으로 향했다. 손끝이 천천히 모이사나이트 위를 스치더니 붉게 번쩍이는 블러드 루비 펜던트를 꺼내 들었다.
“그럴 필요 없어.”
짧은 대답과 함께, 그는 목걸이를 그녀에게 건넸다.
“하지만, 서찬 오빠. 원래 내가 사기로 한 거잖아. 이건 너무...”
한연서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마치 진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내가 원한 건 모이사나이트지, 이 루비가 아니야.”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블러드 루비 펜던트를 그의 쪽으로 밀어내며 거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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