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도서찬은 곁에 앉아 있는 황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나의 신분으로 얼굴에 가면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업 전쟁은 언제나 심리전에서 시작된다. 감정을 다스리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였다.
수년간 도서찬은 무표정 하나로 숱한 심리전을 승리로 이끌어왔다.
그가 드러내는 감정이 진짜 허점인지, 아니면 교묘히 꾸민 함정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단번에 약점을 뒤집어내곤 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황노을만큼은 달랐다.
도서찬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때로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했고, 때로는 도발하듯 정면으로 맞섰다. 차갑게 식은 눈빛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집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듯, 손을 들었다.
“30억이요!”
단숨에 가격이 시작가의 열다섯 배로 치솟았다.
앞좌석의 사람들은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뒷좌석에서는 믿기 어려운 탄식이 새어 나왔다.
“823번, 30억입니다. 더 높은 가격 있습니까?”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도서찬에게 쏠렸다. 그는 표정 하나 변함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36억이요.”
단 한 알의 모이사나이트가 무려 36억에 도달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888번, 36억입니다. 더 높은 가격 있습니까?”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 진행에 경매장은 점점 더 팽팽한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823번 좌석, 황노을에게로 모였다.
‘과연 또다시 따라붙을까?’
만약 그녀가 다시 손을 든다면, 그것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서찬의 재력에 비하면 36억은 그저 새 발의 피였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단순한 기부금 명목으로도 몇 배의 금액을 던져 상대를 완전히 짓눌러버릴 수 있었다.
작년만 해도 그가 기부한 금액은 2천억을 넘어섰다. 장학금, 의료 지원, 불치병 환자 지원, 특수학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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