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2화
지금 돌아보아도 온채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시절 그는 학계에서 온 교수의 위상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혹여 자신과 배승호의 관계를 막을까 두려워 더없이 공손히 행동했었다. 무엇보다 배승호 집안 이야기는 차마 묻지도 못했다.
열두 살부터 그의 곁에 있었지만 배승호는 가족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만약 그의 집안이 명문가라면 드라마처럼 강제로 갈라놓으려 들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실험실을 청소할 때조차 마음이 벅찼다. 온 교수가 기꺼이 말을 걸어줄 때마다 그것이 마치 배승호 가족의 인정을 받은 듯 착각했던 것이다.
온채하의 마음은 순진했고 또 정직했다.
차 안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이였다. 앞좌석에 앉은 온 교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결국 둘이 결혼했구나.”
예전의 온채하는 배승호와 결혼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 여겼다. 신분 차이로 인한 서러움까지 감당할 각오로.
그러나 병실에서 마주한 진여울의 존재는 그녀에게 깊은 위기감을 안겼다.
배승호와 함께 있을 때는 가난이 불러오는 초라함을 의식하지 못했다. 부유함의 차이는 그저 아침에 만두를 먹느냐, 스테이크를 먹느냐 정도라 여겼다. 그러나 다른 여자가 끼어드는 순간, 그는 언제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을, 단지 정에 붙들려 있을 뿐임을 깨달았다.
사랑은 인생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열두 살 이전의 고난을 위로해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아픔과 결핍을 만든 것도 사랑 그 자체였다. 그 사실은 참담했다.
온채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배승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가라앉은 기색을 느낀 그는 몸을 기울이며 낮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예전에는 그녀의 눈이 크고 또렷해 속마음을 금세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개가 낀 듯, 무엇을 품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답답함이 성가시게 다가왔다.
그는 잘못된 감정임을 알면서도 그녀와 마주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괴로움이 차오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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