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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그러자 온채하는 가볍게 물었다. “이 가방을 하루 빌리려면 얼마야?” 배승호는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버렸고 대답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200만 원.” “알았어. 송금했어.” 온채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돈을 보내고는 덧붙였다. “밤에 돌려줄게. 이 정도면 네 체면 구기는 일은 없겠지?” 배승호는 내뱉는 숨마저 뜨겁게 달아올랐고 옆에 늘어뜨린 주먹은 단단히 쥐어졌다가 한참 후에야 서서히 풀렸고 얼굴은 왠지 창백해 보였으며 말없이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온채하는 거울 앞에 서서 새롭게 차려입은 자신을 바라봤다. 역시 옷이 사람을 더 빛나게 만든다는 말은 맞았다. 그 순간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도 눈에 들어왔다.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것들이 늘 새것처럼 채워져 있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앉아 얌전히 화장을 해봤다. 온채하는 화장을 마친 뒤 배승호에게 100만 원을 더 송금했다. 그러나 화면에 뜬 건 거래 거부라는 메시지였다. 몇 년간 그렇게 싸우면서도 단 한 번도 거래 거부를 신청하지 않았던 배승호가 이번엔 먼저 선을 그었다. 돈조차 받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온채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한 시간 뒤에야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거실에서는 배승호가 TV를 보고 있었다. 늘 보던 경제 뉴스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었다. 그건 온채하가 예전부터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 감각이 가득한 그림체에 어느 장면이든 그대로 벽지로 써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정말 열 번도 넘게 돌려봤고 대사까지 외울 정도였다. 음악도 좋아서 언젠가 자신이 직접 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꿈꾸기도 했었다. 배승호의 손끝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온채하의 눈에는 그의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온채하는 가방을 들며 짧게 말했다. “가자.” 배승호는 담배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고 눈길이 온채하에게 닿자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마지막으로 온채하가 이렇게 화장했던 건 배승호의 생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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