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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박은영 씨, 박은영 씨.” 누군가가 어깨를 가볍게 흔들자, 박은영의 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눈앞에는 소음과 불빛이 뒤섞인 응급실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손등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고 투명한 링거병 속 약액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박은영 씨죠? 수액 거의 다 들어갔어요. 이제 바늘 뺄게요.”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부터 열이 갑자기 치솟아 밤새 앓았다. 오늘 오전 10시에 혼인신고를 하기로 한 날이라 몸이 부서져도 버텨야 했다. 시계를 보니 9시 반이었다. ‘아직 시간 있어. 퇴원하고 바로 가면 돼.’ 간호사가 몸을 숙여 바늘을 빼려던 찰나, 멀리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터졌다. “차 사고래요!” “응급실 확보해!” 순식간에 공기가 긴박해졌다. 간호사는 호출에 이끌려 급히 뛰어나갔다. 박은영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링거병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액체는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녀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어깨 위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낯익은 손이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앉아 있어.” 박은영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짙은 눈매, 단정한 셔츠, 정제된 표정... 언제나처럼 흔들림 없는 그 사람은 유태진이었다. “태진 씨가 여긴 왜...?” 그녀의 목소리는 힘없이 떨렸다. 며칠 전, 그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건 서로의 육체가 깊게 뒤엉킨 밤이었다. 하지만 끝은 유쾌하지 않았다. 서로 등을 돌린 채 그대로 멈춰버린 관계로만 남았다. ‘이렇게 병원에서 마주치다니...’ 유태진은 그녀의 손등으로 시선을 내렸다. 붉게 부풀어 오른 혈관 위로 바늘이 꽂혀 있었다.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어디가 아픈 거야?” “감기요. 그럼, 태진 씨는요? 여긴 왜...” “친구가 입원했어.” 그는 짧게 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 우연히 마주친 거구나.’ 박은영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하필 오늘 같은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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