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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그때, 그의 마음은 아마도 절망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걸어 결국 손에 넣은 사랑이 단 한 순간의 오해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 하나로 무너졌으니까. 하지만 그는 끝까지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이 물러나도 괜찮다고 믿었다. 준비해 둔 모든 말, 모든 계획을 삼켜버리고 혼자 묵묵히 견뎌냈다. 박은영은 그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당신, 바보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두려워지고 조심스러워진다는 걸. 유태진 같은 남자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가 불편하지 않길 바랐고 그래서 끝까지 그 거짓된 평온을 깨지 않았다. 유태진은 그녀의 뺨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입술을 맞췄다. 그러나 곧 그 얕은 입맞춤만으로는 부족했던 듯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숨을 내뱉었다. “이건 우리가 천생연분이라는 증거야. 우리 인연은 끊으려 해도 끊기지 않아. 봐봐, 결국 넌 나랑 결혼하게 되었잖아. 내 운명의 상대는 처음부터 너였어.” “천생연분이라... 그럴싸한 말 하네요. 하지만 제 생각엔 이건 전부 우리 유 대표님의 치밀한 계산과 계략 같은데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만들어낸 모든 우연에는 사실 다 이유가 있었다. 유태진은 피식 웃었다. “너 조금만 더 눈치 없었으면 나 혼자 소원이 키우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네 앞에 나타나서 엄마하고 불러보라고 시켰을 거야.” 그는 진심으로 그런 상상까지 했었다. 그만큼 절벽 끝까지 내몰린 사랑이었다. 소원이 언급되자, 박은영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시계를 흘끗 보며 말했다. “그럼... 영상통화라도 할까요? 저 소원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유태진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우리 둘만의 날이야. 오늘만큼은 소원이를 양보해.” “그럼 애는 누가 봐요?” 박은영이 여전히 걱정되었다. “나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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