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1화
상대도 자신의 뜻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유태진은 백미러를 보며 운전석에 앉아 있든 보디가드에게 지시했다.
“10시 방향이야. 속도 더 높여.”
보디가드는 침착하게 가속 페달을 밟고 앞으로 돌진했다.
뒤에서 유태진이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쿠르가 선루프 밖으로 나와 확성기에 대고 외쳤다.
“태진 씨, 제 방문 목적을 아시는 모양이군요. 잠시 멈춰서 얘기라도 나누는 게 어떨까요?”
쿠르는 이런 추격 상황을 꽤 즐기고 있었다.
상대가 막다른 길에 몰려 더는 도망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길 바랐다.
더군다나 상대는 그토록 명성이 자자한 유태진이었다.
그의 이름은 쿠르가 있는 지역에서도 유명했다. 젊은 세대의 사람들 중 주요 뉴스 저널이나 권위 있는 매체의 순위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은 유태진뿐이었다.
쿠르는 지금 유태진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한 유태진의 기분이 얼마나 절망적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유태진이 아니었다면 쿠르 역시 서연주에게 그토록 끔찍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 그가 화난 이유는 자신이 아직 얻지도 못한 여자를 이런 일에 끌어들여 더는 못 빠져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쿠르는 이 사실에 엄청난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니 쿠르 역시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쿠르의 목소리를 들은 유태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무심하게 백미러를 훑어보았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보디가드에게 계속해서 주행 방향을 지시했다.
쿠르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또 도망쳐 보려고요? 그래봤자 소용없을걸요. 밖에도 제 사람들이 쫙 깔려있거든요. 태진 씨, 여기서 얌전히 멈추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쿠르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문득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했다.
유태진이 빠르게 달려 나가는 방향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쿠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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