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9화
날카로운 통증이 훅 치밀었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피부에 베인 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그제야 심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왜 그렇게 조심하지 않아요?”
입으로는 나무랐지만,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가방을 열어 약과 밴드를 꺼냈다.
소독솜이 상처에 닿자, 따끔한 냉기가 퍼졌다.
심가희는 그 순간,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매를 따라가던 시선이, 어느새 표정 위에 머물렀다. 그때, 이유 모를 서글픔이 가슴 깊숙이 밀려왔다.
입술을 꾹 깨물던 그녀는 결국, 참아왔던 말을 터뜨리고 말았다.
“만약 지은 씨가 당신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저랑 약혼 안 했을 거죠?”
순간, 그의 손이 멈추더니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대체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런 문제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가정일 뿐인 일에 괜히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그는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고는 곧 손을 거뒀다.
심준영의 표정만 봐도, 불쾌함이 스쳐 있는 게 분명했다.
심가희는 왜 그런 감정을 보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 속에 ‘괜히 감정적으로 굴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팔등의 밴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일 보세요.”
그녀는 짧게 인사한 뒤,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
방으로 돌아오자, 박은영이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그녀는 단번에 심가희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무슨 일이야? 표정이 왜 그래? 싸웠어?”
심가희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싸웠다고 하기엔... 그것도 아니었다.
전체 상황을 돌이켜보면, 정말로 자신이 혼자 오해한 것만 같았다.
남매 사이가 원래 각별하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그 일에 마음을 쓴 자신이 우스워졌다.
결국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괜한 감정만 소모한 기분이었다.
심가희는 기운이 빠진 채 고개를 떨궜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잘 모르겠어.”
박은영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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