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1화
“알겠어. 우선 응급처치부터 해.”
심준영은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는 잠시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심가희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
“미안해요.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자리는 예약되어 있으니까, 친구 불러서 같이 먹어요.”
그녀가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심준영은 안전벨트를 채우고 엑셀을 밟았다.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먼지가 일며, 차는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심가희는 그가 떠난 방향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깜빡였다.
“그래, 뭐. 바쁠 수도 있지.”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봤지만, 그 웃음은 금세 무너졌다.
...
그녀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문득 생각이 스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괜히 나 혼자 기분 상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은 보기엔 훌륭했지만, 막상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남는 건 밍밍함뿐이었다.
꼿꼿하던 등이 김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내려앉았다.
‘하...’
그녀는 포크 끝에 걸린 푸아그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에 넣었다. 하지만 입안은 여전히 공허했다.
이런 맛, 이런 분위기... 무엇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포크를 내려놓고, 식탁 위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박은영과 하수혁이 떠올랐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웠다.
하지만 이런 꼴을 보이고 나서 그들을 부르기엔,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별일 아니야. 괜히 속 좁게 굴지 말자. 어차피 준영 씨랑 지은 씨가 남매처럼 지낸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심가희는 코끝을 훌쩍이며 묵묵히 입안의 음식을 씹었다.
‘나는 언젠가는 준영 씨의 아내가 될 테니까 괜찮아. 이 정도쯤은 아무 일도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포크를 내려놓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그 시각, 유태진은 박은영을 데리고 신혼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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