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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병원 복도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사람들이 오가며 소란스러웠지만 유태진의 귀에는 오직 자기 심장 소리만이 거칠게 울렸다. 권이준은 한발 물러선 시선으로, 담담하게 당시의 사실을 설명했다. 그 말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지만 그 내용만으로도 유태진의 숨을 멎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유태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종이처럼 창백해졌고 깊은 눈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은영 씨는 결국 원치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 아이를 지운 게 사실이라 해도 넌 그걸 비난할 자격 없어. 그건 은영 씨 목숨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살아야 했던 거야, 다른 방법은 없었어.” 권이준은 유태진이 오해한 그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술실 앞에서 서성이는 그의 표정에는 분명 분노와 불신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후, 심가희의 말을 통해서도 대략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그 일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졌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박은영이었다. 몸과 마음, 두 가지 고통을 동시에 견뎌야 했던 사람. 그녀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권이준은 박은영이 감당해야 했던 모든 게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유태진은 벽을 짚으며 간신히 말했다. “은영이는... 나한테 그 얘길 한 번도 하지 않았어.” 권이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은영 씨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어. 네가 어떻게 나왔느냐에 따라,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정해졌던 거야.” 그녀는 이미 혼란 속에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유태진의 분노와 의심을 감당할 여력조차 없었다. 유태진은 마치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벽에 기대섰다. 숨을 고르려 했지만 가슴이 조여들어 제대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치료 가능성은 얼마나 돼?”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채로 터져 나왔다. 지금 중요한 건 아이가 아니었다. 오직 박은영, 그녀를 살리는 일뿐이었다. 권이준의 말은 단호하면서도 잔혹했다. 그가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유태진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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