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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박은영은 순간 멍해졌다. 뜻밖의 놀라움과 함께, 설명하기 힘든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배서훈은 그녀의 미묘한 반응을 흘려보낸 채 말을 이었다. “오늘 제가 온 건... 은영 씨가 원하신다면 언제든 돕고 싶다는 걸 전하려고 해서입니다.” “괜찮습니다.” 박은영은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못 풀 문제라고 말한 적 없어요. 배 대표님께서 일부러 위험에 휘말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풍파를 겪어온 이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강단이 담겨 있었다. 그런 모습에, 배서훈은 또 한 번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확실히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박은영은 그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사실 궁금하네요, 배 대표님은 어떤 근거로 제가 태진 씨를 해치려 한다거나, 태진 씨가 절 버릴 거라 짐작하신 건가요? 부부 사이 문제는 겉으로 쉽게 알 수 없는 일인데요.” 배서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감정이 온전했다면 다른 여자가 끼어들지 않았겠죠. 아이를 잃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은 건... 이미 마음이 다쳤다는 증거 아닙니까? 유 대표님은 애초에 은영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했다면, 무엇이든 지켜낼 수 있어야죠.” 그 말은 곧,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품었던 시선이기도 했다. 박은영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단호히 말했다. “배 대표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태진 씨가 저를 희생양으로 삼을 거라는 의심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입장은 이미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났다. 배서훈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선은 박은영이 건네준 커피잔에 고정된 채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는 잔을 들어 조심스레 한 모금 머금었다. 방금 자신의 대답은, 자칫 질투에 휘말린 남자의 의심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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