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2화
유태진은 저도 모르게 울컥했지만, 끝내 침착하게 답했다.
“삼촌 가족들도 막 돌아왔고, 할머니도 기분이 좋으시잖아. 그리고 오늘은 사람이 많아. 곧 할머니 팔순 잔치도 있으니, 그 후에 얘기하자. 마침 네 719 프로젝트 1단계도 거의 끝나가잖아.”
박은영은 속으로 날짜를 세어 보았다. 팔순 잔치까지는 아직 스무날 남짓이라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그의 태도는, 이혼을 이미 받아들였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잠시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유태진은 누구보다 아이를 원했지만, 강요한 적이 없었다.
그때 약에 손대지 않았다면,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적어도 이렇게 큰 상처는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좋아요.”
박은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말을 잇지 않은 채 돌아섰다.
유태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가슴 한쪽이 먹먹하게 조여 왔다.
그가 정말 듣고 싶었던 건 단 한마디였다.
“이번 일은 주씨 가문과 무관하다.”
혹은, “아이를 포기한 게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심지어 “당신이 밉다”라는 말조차 좋았다.
그 어떤 말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결국 스스로 설득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은영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실도, 거짓도, 그 무엇도...
그 침묵 속에서야 그는 깨달았다.
예전, 그녀가 자신 때문에 마음이 식어갔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
그날의 가족 저녁 자리.
박은영은 묘한 기류를 감지했다. 겉으론 화기애애했지만, 웃음은 모두 겉치레였다.
특히 유태진과 유기태 사이가 그랬다.
과거 형제 간의 치열한 경쟁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지금의 태연한 미소들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다.
식사가 끝나자, 이금희는 평소처럼 모두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유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머니, 은영이는 내일 아침 일찍 연구소에 가야 해요. 여기서 거리가 멀어 오늘은 일찍 돌아갈게요.”
이금희는 마지못해 허락했다.
유기태와 그의 가족은 저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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