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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유기태는 자연스레 자리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제가 해외로 나가기 전에 은영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었죠?” 박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 기억하시네요.” 유태진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은 박은영의 팔에 머물렀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 은영 씨 오른손이 골절됐던 것 같아요. 그 일 때문에 태진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온 마음을 다해 은영 씨를 챙기느라 중요한 이사회까지 미뤘잖아요. 한동안 곁에서만 지냈다죠?” 그 무렵, 유태진은 아직 정식으로 로열 그룹을 장악하기 전이었다. 그는 이사회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런 때에 하필, 박은영의 사고가 터졌다. 그러나 유태진은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녀 곁으로 달려왔다. 만약 그의 자리 비움이 더 길어졌다면, 한 번의 공백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 박은영은 그 모든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준 사랑은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된 것이었다. 먹고 자고 입는 것 하나까지 챙겨주던 유태진의 손길,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정성 어린 돌봄... 그 시간은 그녀에게 드물게 찾아온, 참으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유기태는 찻잔을 기울이며 감탄했다. “지금도 두 사람 사이가 여전히 좋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박은영은 그가 그런 세세한 기억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지금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므로 짧게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 잠시 후, 박은영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유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복도로 걸어 나갔다. 곧 유기태도 뒤따랐다. 두 사람은 마당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유기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몇 달은 머물 것 같아.” 유태진은 눈길을 피한 채, 손가락에 걸린 결혼반지를 몇 번이고 만지작거렸다. “그래? 우태리 쪽은 비워둬도 되는 거야?” 유기태가 웃었다. “몇 년 만의 귀국인데, 할머니 팔순 잔치는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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