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8화
박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
이금희의 목소리는 밝으면서도 차분했다. 그 속에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친근함이 배어 있었다.
“은영아,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하니? 요즘 많이 바쁘지?”
박은영은 시계를 흘깃 확인한 뒤 대답했다.
“방금 끝났어요. 괜찮습니다.”
이금희는 기분이 좋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잘됐네. 마침 정훈이네 가족이 귀국했단다. 태진이 둘째 삼촌 말이야. 내 팔순 잔치에 맞춰 지금 막 도착했으니, 오늘은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자꾸나.”
박은영은 유태진과 결혼 직후 그들이 해외 지사로 떠났던 일을 떠올렸다. 벌써 이삼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분이 공개되었을 때는 일부러 연락을 걸어 축하를 전해왔던 사람들이었다.
“은영아, 태진이는 일이 있다며 못 온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넌 일이 끝났으니 와야지. 사람을 보내 마중을 시킬 테니, 오랜만에 같이 얘기도 좀 나누자꾸나. 내 팔순 잔치 준비도 네 의견을 듣고 싶어.”
박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유태진과 사이가 틀어진 건 사실이지만, 유씨 가문은 그 사정을 전혀 모른다.
차라리 이 기회에 직접 마주 앉아 정리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곧 이금희의 생일이 다가왔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지금이 나았다.
“태진 씨는 진짜 안 오는 거예요?” 
박은영이 다시 물었다.
“그래, 오지 않겠다고 했어. 네가 태진이 좀 타일러. 걔는 일이 집안보다 더 중요하대.”
“네, 알겠습니다. 아, 사람 따로 보내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차 몰고 갈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야 박은영은 깨달았다. 유태진도 이미 자기 방식대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
저녁 무렵.
박은영은 차를 몰아 유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다.
도우미들이 그녀를 맞이해 안으로 안내했다. 거실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인용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유태진이었다.
‘태진 씨 안 온다더니 와 있었네...’
그의 얼굴엔 담담한 기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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