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5화
배서훈의 손에는 자료실로 가져갈 서류가 들려 있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박은영을 마주치자 안도하듯 숨을 내쉬며 급히 다가왔다.
“은영 씨, 여덟 날 동안 얼굴이 안 보였어요. 다들 은영 씨가 휴가라고만 하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배서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위아래로 살피더니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은영은 말없이 배서훈을 바라보았다. 이미 속으로는 여러 추측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네. 유산했어요. 며칠 동안 쉬고 있었어요.”
박은영은 이번엔 숨기지 않았다. 듣는 이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길 말이었지만 정면으로 내뱉었다.
그 순간, 배서훈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고 놀람과 경직이 번갈아 스친 뒤 곧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쩌다가... 대체 왜...”
배서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말을 이었다.
“사실 전부터 은영 씨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조금은 들었어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모른 척했는데... 이렇게 힘든 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네요.”
박은영은 흐트러지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모른 척해 줬던 거였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의심한 건 따로 있었지.’
박은영의 뇌리에 떠오른 건 다시금 배승연이었다.
예전 유람선에서 있었던 일은 여전히 박은영의 가슴에 깊이 박힌 가시였다.
그날 밤 박은영의 상태는 분명 평소와 달랐고 그게 단지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중에야 배승연의 의도를 알게 된 뒤, 박은영은 자연스럽게 가장 큰 의심의 대상으로 배승연을 떠올렸다.
하나가 있으면 둘도 있는 법이니 만약 그때 박은영에게 약을 탄 사람이 있었고 유태진의 기민한 눈치가 아니었다면 박은영은 과연 누구와 함께 있었을까.
결국 목적은 박은영과 유태진의 관계를 일부러 흔들어 무너뜨리려는 것이었을 터였다.
이번에 아이가 갑작스레 사라진 일도 단순한 우연일까.
하필 유태진이 도시를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면 유태진이 돌아와 자신이 몰래 아이를 없앤 줄 안다면 어떤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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