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6화
그 순간, 박은영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뒤엉켰다.
최근 유태진의 시선과 행동에서 특정한 마음을 읽어내긴 했지만 병 때문에라도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난…”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체내에 남아 있던 에테르 성분이 신경과 호흡을 다시 자극했다.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고 속이 뒤집혔다.
박은영이 몸을 굽히며 급히 쓰레기통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안으로 들어서던 유태진이 그 광경을 보고 낯을 굳혔다.
재빨리 걸음을 옮긴 그가 박은영 쪽으로 쓰레기통을 당겨 주며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남자가 박은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낮게 물었다.
“아직도 불편해?”
박은영은 결국 신물을 왈칵 토해냈다.
위장이 뒤틀리듯 경련했고 목은 불에 덴 듯 쓰라렸다.
눈가엔 진주 같은 눈물이 번져 있었다.
유태진이 급히 휴지를 뽑아 박은영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눈가의 눈물까지 조심스레 훔쳤다.
“일단 누워서 쉬어. 조금 있다가 의사 불러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어.”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에서 억눌린 감정이 묻어났다.
간신히 숨을 고른 박은영은 자신이 에테르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며 웬만한 의학 상식은 전부 익힌 터라 이 정도 반응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때 하수혁이 물을 따라 건넸다.
그가 박은영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오면서 대충 들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유 대표님 탓인 것 같습니다. 은영이가 이렇게 된 것도 결국 당신한테 앙심을 품은 사람들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닙니까? 만약 배 대표님이 조금만 늦게 왔으면 상황은 지금보다도 더 위험해졌을 겁니다!”
유태진은 반박하지 않았다.
시선을 박은영에게 고정한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내가 보증하죠.”
박은영이 조용히 베개에 몸을 기댔다.
더 이상 따질 기운도 없었다.
하수혁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유태진이 담요 끝을 정돈해 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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