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Read
Open the NovelRead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91화

배승연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제가 해성 미대에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적멸>은 당시 분실된 채로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그림을 저는 허윤정 씨 명의의 작은 화랑에서 구입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박은주 화백의 분실된 그림이 왜 허윤정 씨 손에 있었던 겁니까?” 허윤정의 귀가 순간 울리듯 먹먹해졌고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이 그림이 허윤정의 손에 있었다는 건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허윤정은 귀국 후 자신이 소유한 작은 화랑에다 작품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가끔 대중에게 개방되었고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거나 일부 작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그래서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며 관리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창고 구석에 방치하듯 둔 <적멸>이 어쩌다 이렇게 배승연의 손에 들어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연주의 입술은 잿빛으로 바래 있었고 절망적으로 허윤정을 바라보았다. 박은영은 이미 모든 상황을 간파했다. 배승연의 질문은 곧 허윤정이 이 그림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 출처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의미였다. 장내는 충격에 잠겨 술렁였다. 허윤정은 줄곧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었다. 유명한 유화가로 자리 잡았고 외국 미대에서 교수직까지 맡았었다. 그런데 오늘 터져 나온 이 파문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치명적인 예술계의 대형 폭로였다. 앞으로 허윤정은 절대 쉽게 이 바닥에 다시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 허윤정은 이 자리에서 변명 한마디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오히려 의혹은 더 단단히 굳어져 갔다. 정하늘조차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토록 많은 사건이 한꺼번에 터지다니...’ 정하늘은 얼떨떨한 얼굴로 서연주를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유태진의 눈빛은 이미 싸늘히 가라앉아 있었고 정하늘은 이유 모를 서늘함에 어깨가 저릿해졌다. 그때 유태진이 몸을 일으켜 무대 위로 올라섰다. “지금은 더 신중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NovelRead, All rights reserved

Booksource Technology Limited.